결론부터 말하자면 Space.com의 기사 제목에 얼어죽을 국내 언론들이 모조리 낚였고, 그 망할 국내 언론들의 어설픈 과학기사에 사람들도 모두 잘못 알게 된 셈이다. 소위 국내 메이저 언론 대부분이 정치나 연예, 휴대폰 가격 동향 기사에만 집중하느라 과학 쪽 기사는 그저 대충 적당히 번역해서 헛소리 반 사실 반으로 보도하는 건... 아주 오래된 전통이며, 물론 조선일보는 항상 일등이다. 아, 여기서 국내 언론들의 과학 기사 푸대접 얘기를 시작하면 밑도끝도 없을테니 이쯤에서 일단 접어야겠다...
명왕성이 이름을 잃고 숫자, 즉 "소행성 134340"으로 전락했다는 이야기를 어제 저녁에서야 들었다... 아니 이게 왠 멀쩡한 명왕성 옆구리에 금가는 소리?! 천문연맹에서 그런 어이없는(이미 부여된 중요 천체의 고유명을 박탈하는) 짓을 했을리 없다고 생각하면서 나름대로 진상을 파악해 본 결과, 역시 아니나다를까 - 소행성 134340 어쩌고저쩌고는 국내 언론들의 삽질 기사였음을 확인했다.
134340 명왕성
먼저 국제천문연맹에서 뭘 했는지, 제대로된 사실을 정리해 보자. 명왕성의 공식적인 명칭은 이제 134340 명왕성이고, 그 지위는 현재 발견된 것들 중 두 번째로 큰 난장이 행성(dwarf planets)이다. 지난 달에 있었던 태양계의 재구성 때 1 세레스(Ceres), 136199 제나(Xena)와 함께 난장이 행성이라는 새 분류에 속하게 된 것이다. 이 난장이 행성 분류에는 더 많은 천체들이 속하게 될 가능성이 있지만 그들은 명왕성의 위성들 내지 고만고만한 수준의 다른 소행성들이라서, 명왕성의 지위는 한동안 유지될 전망이다. 아무튼 태양계 재구성 이후 천문연맹에서 한 일은 다름아니라; 이제 더이상 행성이 아닌 명왕성에 다른 작은 천체들과 마찬가지로 소행성 번호를 부여한 것 뿐이다.
소행성 번호는 또 뭔가? 이건 말 그대로, 발견된 모든 소행성들에 하나하나 이름을 붙이고 또 그 이름으로 부르기가 너무나 귀찮으니까 그냥 간단히 발견 순서대로 번호를 준 것이다. 그러므로 최초로 발견된, 화성과 목성 궤도 사이를 떠도는 소행성인, 세레스가 바로 1번이다. 그럼 이렇게 번호가 주어진 소행성은 반드시 번호로 불러야 하나? 절대 그렇지 않다! 소행성은 이렇게 무조건 부여받게 되는 번호 말고도 발견자가 원하는 고유한 이름도 가질 수 있는데, 이 고유명 또한 다른 어떤 천체와도 중복되지 않도록 강제된다. 즉 소행성 번호가 아닌 고유명으로 지칭해도 대부분 경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게다가 특별히 중요한 소행성일 경우엔 오히려 번호가 아닌 이름이 통용된다 - 세레스를 그동안 세레스라고 불렀지 1번 소행성이라는, 품위없는 명칭으로 부르지 않은 것처럼. 세레스가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세레스 벨트)에서 중요한 천체인 것처럼, 명왕성도 해왕성 바깥쪽의 소행성대(카이퍼 벨트)에서 제나와 함께 매우 중요한 천체다. 즉 이들 세 천체 - 세레스, 명왕성, 그리고 제나는 모두 앞으로도 대체로 고유명으로 불리울 것이다. NASA에서 쏘아보낸 탐사선 New Horizon호는 소행성 134340 + Kuiper belt가 아니라, Pluto + Kuiper belt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물론 둘 다 맞는 말이지만, NASA 연구원들의 품위를 위해서 ^^).
소행성 134340
이렇게 소행성들에 번호와 고유명을 부여하고 그 목록을 관리하는 곳은 천문연맹 산하의 소행성 센터(Minor Planet Center)다. 행성에서 제외되어 소행성 번호를 부여받은 명왕성도 당연히 이번 업데이트에서 그 목록에 포함되었고, 이는 번호순 리스트에서 또는 (고유명이 있는 소행성들인 경우) 알파벳순 리스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해외 언론들이 보도한 내용은 바로 이 사실이었다(NewScientistSpace, SkyTonight, Space 등).
그런데 이 소식은 국내 언론에 의해, 명왕성 ‘강제 改名’→134340 으로 번역되어 전해졌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참고로 보기로 든 제목은 이런 일에도 늘 1등인 조선일보)... 앞에서 링크된 각 해외 언론들의 기사 어디에도 명왕성의 이름이 없어지면서 소행성 번호로 대체되었다(replaced)는 표현은 없으며, 행성이었던 명왕성이 졸지에 난장이 행성으로 분류되는 바람에 새로운 이름/또다른 이름/소행성 번호를 하나 부여받았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도대체 "강제적인 개명"은 어디서 주워들은 얘길까?
몇몇 국내 뉴스를 비교하면서 궁금해하던 차에 문득 눈에 띄는 단어가 하나 있었다. 스페이스닷컴... 아, 대부분 국내 언론들이 인용한 기사는 바로 스페이스닷컴이었다. Space에서 도대체 뭐라고 썼길래? 그래 처음에 무심히 지나쳤던 Space 기사의 제목을, 다시 한 번 읽어봤다 - Pluto is Now Just a Number: 134340. 그런데 기사의 첫 줄은 Pluto has been given a new name to reflect its new status as a dwarf planet. 물론 기사의 나머지 내용에서도 Pluto라는 명칭이 없어지느니 어쩌니 하는 소리는 전혀 없다. 기사 본문을 읽고나서 생각해보면, 사실 저 제목도, 소행성 번호 따위와는 전혀 관계없이 당당한 행성이었던 명왕성이 이젠 소행성 번호를 받았으니 참 인생무상(?)하다는 정도의 뉘앙스를 담고 있을 뿐이다.
결국 처음에 밝혔듯이, 국내 언론들은 Space의 자극적인(?) 기사 제목에 낚여서, "명왕성"은 이제 없다는 선입견에 빠진 채 대충 본문을 요약해 기사를 작성한, 아니 창작한 것이다. 어떤 언론에서 1등으로 낚였고, 다른 언론들도 그걸 참고해 줄줄이... 결국 모두 낚였다. 모든 언론에서 똑같은 제목 & 똑같은 내용의 오역을 기사로 내놓았고, 그걸 읽은 사람들 모두 시퍼렇게 살아있는 "명왕성"의 최후에 애통해한다... -_-
참고로 다른 해외 언론의 기사 제목은 Pluto Gets an Asteroid Number, 그리고 Pluto added to official "minor planet" list 등이다. 일단 제목부터가, 이번에 명왕성에 일어난 일을 그대로 전달해 주고 있다. 도대체 국내 언론들은 - 천문/우주과학 쪽 뉴스 소스를 스페이스닷컴 하나 밖에 모르는 걸까? 아니면 과학 기사를 손이 아닌 앞발로 쓰는 걸까?
***
[내용 일부 정정 - 9/14 오전] 발견 후 몇 년 동안 제나/제니아(Xena/Xenia)로 불렸던 136199는 이제 에리스(Eris)라는 고유명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여전사 제나보다는 그리스 여신 에리스가 더 품위있다고 판단한 건가? 소행성 이름 짓는데 그리스-로마의 신들을 다 써먹게 되어 결국 라마(Rama)를 택하게 된다는, 아서 클라크의 SF '라마와의 랑데뷰'에서의 한 장면이 문득 떠오른다 :)
명왕성이 이름을 잃고 숫자, 즉 "소행성 134340"으로 전락했다는 이야기를 어제 저녁에서야 들었다... 아니 이게 왠 멀쩡한 명왕성 옆구리에 금가는 소리?! 천문연맹에서 그런 어이없는(이미 부여된 중요 천체의 고유명을 박탈하는) 짓을 했을리 없다고 생각하면서 나름대로 진상을 파악해 본 결과, 역시 아니나다를까 - 소행성 134340 어쩌고저쩌고는 국내 언론들의 삽질 기사였음을 확인했다.
134340 명왕성
먼저 국제천문연맹에서 뭘 했는지, 제대로된 사실을 정리해 보자. 명왕성의 공식적인 명칭은 이제 134340 명왕성이고, 그 지위는 현재 발견된 것들 중 두 번째로 큰 난장이 행성(dwarf planets)이다. 지난 달에 있었던 태양계의 재구성 때 1 세레스(Ceres), 136199 제나(Xena)와 함께 난장이 행성이라는 새 분류에 속하게 된 것이다. 이 난장이 행성 분류에는 더 많은 천체들이 속하게 될 가능성이 있지만 그들은 명왕성의 위성들 내지 고만고만한 수준의 다른 소행성들이라서, 명왕성의 지위는 한동안 유지될 전망이다. 아무튼 태양계 재구성 이후 천문연맹에서 한 일은 다름아니라; 이제 더이상 행성이 아닌 명왕성에 다른 작은 천체들과 마찬가지로 소행성 번호를 부여한 것 뿐이다.
소행성 번호는 또 뭔가? 이건 말 그대로, 발견된 모든 소행성들에 하나하나 이름을 붙이고 또 그 이름으로 부르기가 너무나 귀찮으니까 그냥 간단히 발견 순서대로 번호를 준 것이다. 그러므로 최초로 발견된, 화성과 목성 궤도 사이를 떠도는 소행성인, 세레스가 바로 1번이다. 그럼 이렇게 번호가 주어진 소행성은 반드시 번호로 불러야 하나? 절대 그렇지 않다! 소행성은 이렇게 무조건 부여받게 되는 번호 말고도 발견자가 원하는 고유한 이름도 가질 수 있는데, 이 고유명 또한 다른 어떤 천체와도 중복되지 않도록 강제된다. 즉 소행성 번호가 아닌 고유명으로 지칭해도 대부분 경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게다가 특별히 중요한 소행성일 경우엔 오히려 번호가 아닌 이름이 통용된다 - 세레스를 그동안 세레스라고 불렀지 1번 소행성이라는, 품위없는 명칭으로 부르지 않은 것처럼. 세레스가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세레스 벨트)에서 중요한 천체인 것처럼, 명왕성도 해왕성 바깥쪽의 소행성대(카이퍼 벨트)에서 제나와 함께 매우 중요한 천체다. 즉 이들 세 천체 - 세레스, 명왕성, 그리고 제나는 모두 앞으로도 대체로 고유명으로 불리울 것이다. NASA에서 쏘아보낸 탐사선 New Horizon호는 소행성 134340 + Kuiper belt가 아니라, Pluto + Kuiper belt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물론 둘 다 맞는 말이지만, NASA 연구원들의 품위를 위해서 ^^).
소행성 134340
이렇게 소행성들에 번호와 고유명을 부여하고 그 목록을 관리하는 곳은 천문연맹 산하의 소행성 센터(Minor Planet Center)다. 행성에서 제외되어 소행성 번호를 부여받은 명왕성도 당연히 이번 업데이트에서 그 목록에 포함되었고, 이는 번호순 리스트에서 또는 (고유명이 있는 소행성들인 경우) 알파벳순 리스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해외 언론들이 보도한 내용은 바로 이 사실이었다(NewScientistSpace, SkyTonight, Space 등).
그런데 이 소식은 국내 언론에 의해, 명왕성 ‘강제 改名’→134340 으로 번역되어 전해졌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참고로 보기로 든 제목은 이런 일에도 늘 1등인 조선일보)... 앞에서 링크된 각 해외 언론들의 기사 어디에도 명왕성의 이름이 없어지면서 소행성 번호로 대체되었다(replaced)는 표현은 없으며, 행성이었던 명왕성이 졸지에 난장이 행성으로 분류되는 바람에 새로운 이름/또다른 이름/소행성 번호를 하나 부여받았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도대체 "강제적인 개명"은 어디서 주워들은 얘길까?
몇몇 국내 뉴스를 비교하면서 궁금해하던 차에 문득 눈에 띄는 단어가 하나 있었다. 스페이스닷컴... 아, 대부분 국내 언론들이 인용한 기사는 바로 스페이스닷컴이었다. Space에서 도대체 뭐라고 썼길래? 그래 처음에 무심히 지나쳤던 Space 기사의 제목을, 다시 한 번 읽어봤다 - Pluto is Now Just a Number: 134340. 그런데 기사의 첫 줄은 Pluto has been given a new name to reflect its new status as a dwarf planet. 물론 기사의 나머지 내용에서도 Pluto라는 명칭이 없어지느니 어쩌니 하는 소리는 전혀 없다. 기사 본문을 읽고나서 생각해보면, 사실 저 제목도, 소행성 번호 따위와는 전혀 관계없이 당당한 행성이었던 명왕성이 이젠 소행성 번호를 받았으니 참 인생무상(?)하다는 정도의 뉘앙스를 담고 있을 뿐이다.
결국 처음에 밝혔듯이, 국내 언론들은 Space의 자극적인(?) 기사 제목에 낚여서, "명왕성"은 이제 없다는 선입견에 빠진 채 대충 본문을 요약해 기사를 작성한, 아니 창작한 것이다. 어떤 언론에서 1등으로 낚였고, 다른 언론들도 그걸 참고해 줄줄이... 결국 모두 낚였다. 모든 언론에서 똑같은 제목 & 똑같은 내용의 오역을 기사로 내놓았고, 그걸 읽은 사람들 모두 시퍼렇게 살아있는 "명왕성"의 최후에 애통해한다... -_-
참고로 다른 해외 언론의 기사 제목은 Pluto Gets an Asteroid Number, 그리고 Pluto added to official "minor planet" list 등이다. 일단 제목부터가, 이번에 명왕성에 일어난 일을 그대로 전달해 주고 있다. 도대체 국내 언론들은 - 천문/우주과학 쪽 뉴스 소스를 스페이스닷컴 하나 밖에 모르는 걸까? 아니면 과학 기사를 손이 아닌 앞발로 쓰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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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일부 정정 - 9/14 오전] 발견 후 몇 년 동안 제나/제니아(Xena/Xenia)로 불렸던 136199는 이제 에리스(Eris)라는 고유명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여전사 제나보다는 그리스 여신 에리스가 더 품위있다고 판단한 건가? 소행성 이름 짓는데 그리스-로마의 신들을 다 써먹게 되어 결국 라마(Rama)를 택하게 된다는, 아서 클라크의 SF '라마와의 랑데뷰'에서의 한 장면이 문득 떠오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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