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0CK!2006/10/24 13:13
It's A Beautiful Day의 1969년 데뷔 음반 - It's A Beautiful Day를 10여년 전 테잎으로 구해서, 그야말로 테잎 늘어나도록 사랑했던 기억이 있다. 음반 해설지 쓴 분이 음악세계의 전영혁 아저씨... 한동안 국내에 소개되었던 들을만한 좋은 음반들 중 상당수가 아마 이 분이 쓴 해설지를 품고 있었을 것이다 :)

It's A Beautiful Day (좋은 날씨야 ^^)

이들은 60-70년대 히피 시대에 유행했던 싸이키델릭을 기초로 하면서도 다분히 유럽스러운 - 진지하고 실험적인 포크록(folk rock) 내지 체임버록(chamber rock) 분위기의 음악을 들고 나온 몇 안되는 미국 그룹 중 하나다. 특히 이들의 데뷔 음반은 비슷한 시기에 영국이나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쏟아져 나왔던 유사 장르의 무시무시한(?) 작품들과도 충분히 견줄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으며(시기적으로도 상당히 빠름) - 미국 싸이키델릭의, 또는 미국 진보 음악의 특이하면서도 위대한 유산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60년대 말 미국 열혈 청년 히피 음악계에는 잘 알려진 세 명의 J (하얀 초여전사, 하얀 쌩양아치(?), 그리고 까만 천재제곱)와 그들의 구름같은 추종자들이 이끌어간 주류 음악 말고도, 이런 음악을 하는 팀까지 있었으매, 주류 비주류가 함께 어우러져 약과 섹스, 그리고 음악으로 하나되니 베트남에서의 학살에 열중하고 있던 여호와가 보시기에 아주 그냥 대박이더라~ -_-;; 뭐 이런 거다.

암튼 그 음반을 그렇게 테잎 닳도록 듣다보니 나도 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해 수많은 테잎들을 부산에 남겨둔 채 서울로 왔고, 어느새 테잎이 더이상 나오지 않는 CD의 시대가 와버렸다(군대에 다녀왔더니 이젠 CD조차 팔리지 않고 인터넷으로 mp3 파일을 주고받고들 있었다). 그래 과거 테잎으로 갖고 있었던 Nirvana, U2 등의 음반들과 함께 이 It's A Beautiful Day를 CD로 재구입하려 했지만, 그럴 수 없는 복잡한 사정이 있었다.

일단, It's A Beautiful Day 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은 말그대로 없어서 못 구한다. 말하자면 이런 음반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애초에 많이 찍질 않는데, 반대로 특정 장르 매니아들 사이에선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찍혀 나오는 족족 사라지는 - 그런 음반인 것이다. 아쉬운대로 여기저기서 다운받은 음질 나쁜 파일들을 모아보는 수밖에... 그런데, 우습게도, 그렇게 해서라도 온전한 음반 디렉토리를 만들게 되자, 이번엔 빠듯한 경제적인 사정을 핑계로 아마존(Amazon.com)에 올라온 진짜 CD를 구매하기가 망설여졌다 - 간사한 내 마음! 물론 변명을 하자면, 지금이나 그때나 나의 경제력으론 그렇게 온라인으로도 음원을 구할 수 없는 (주로 비영어권) 음반들을 구매하기에도 벅찼다. 결국 지난 10년 동안 It's A Beautiful Day는 정말 사랑하면서도 타의에 의해 떨어져 지내야 하는 연인...에 비할 바는 못 되더라도, 아무튼 나의 CD 라이브러리에서 언젠가 반드시 메꿔야 할 공백으로 남아 있었다. 그래 항상 중고 CD를 싸게 판다는 글을 보게 되면 가장 먼저 It's A Beautiful Day 가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하곤 했다.

그 공백을 메꾼 것은 바로 지난 주 일요일 - 영화 라디오 스타와 야연을 연이어 보려고 용산의 모 극장에 홀로 다녀온 날이다. 라디오 스타를 먼저 본 후 40분쯤 시간이 남길래 뭘 할까 둘러보다가 마침 신나라 레코드가 눈에 띄어 들어갔고, 거기서 It's A Beautiful Day의 데뷔 음반과 두 번째 음반 - Marrying Maiden을 한데 묶은 저렴한 패키지를 발견한 것이다. 원래의 음반 커버 아트웍(cover artwork)은 라이센스 문제로 포함되지 못했다는 가슴아픈(?) 사연이 있는 상품이었지만, 필요하다면 커버를 인쇄할 수 있으므로 큰 문제가 아니다. 영화 두 편을 보는 것보다 두 배 이상 많은 비용을 지불했지만, 꽤 괜찮았던 두 편의 영화 - 라디오 스타와 야연 - 를 연이어 본 것보다 네 배 이상 기뻤으니 그것만으로도 된 거다 :)


(왼쪽) 데뷔 음반 It's A Beautiful Day - 이 작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커버에 보인 화창한 날(beautiful day) 뿐만 아니라 비내리고(rainy) 우울한(gloomy) 날이나 분위기 좋은 밤(sweet night)에도 잘 어울린다는... 사실이다 ^^ 음반의 앞 부분은 흥행에 성공한 멋드러진 곡들, 그리고 뒷부분은 1970년대 초까지 유럽에서 유행한(미국에서는 그다지...) 스타일인 - 꿈꾸는듯한 연주와 진지한 노래를 들려주는 진보적인(progressive) 조곡들...
(오른쪽) 이듬해인 1970년에 내놓은 두 번째 음반 Marrying Maiden - 전작에 비해 쉽고 친근해진; 대중적인(popular) 작품... 데뷔 음반과 함께, 이 음반 역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1972년, 이들은 미국 대중음악인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카네기 홀 공연을 갖게 된다. 신기하게도(?) 이 때의 공연 실황을 담은 음반인 Live At Carnegie Hall은 그다지 어렵지 않게 음반 시장에서 구할 수 있다.

음반의 포장을 벗겨 내고, 표지에 경고(?)된 것처럼 아트웍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음에 잠깐 아쉬워 해준 후, 요즘의 추세에 맞춰 두 장의 CD를 곧바로 ripping 해서 ogg 파일로 만들었다. 그리고 나의 2년지기 벗인 iAUDIO U2로 옮겨 저음부가 깨끗하면서도 풍성하게 쏟아지는 코원 특유의 싸운드로 감상... 10년 동안 사진만 보며 그리워하다가 드디어 같이 살아가게 된 연인...에 비할 바는 못 되겠지만 -_- 지난 일주일 내내 재회의 기쁨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다...

It's A Beautiful Day (1969) 맛만 보기

Marrying Maiden (1970) 맛만 보기

Posted by libertan